등 돌리는 고객들…도요타 딜러 ‘개점휴업’
5일 오후 퀸즈에 있는 한 도요타 딜러 매장.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조용하기만 한 매장 한쪽에서는 고객들의 리콜 문의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세일즈맨들은 삼삼오오 모여 최근 리콜 사태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들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한 세일즈맨은 “자동차 시장이 침체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 마당에 이런 사태를 맞게 됐다”며 “도요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현대, GM, 닛산 등 다른 업체들이 리베이트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속이 쓰리다”며 답답해했다. 반면 도요타 운전자들은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사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도요타에 등을 돌리고 있다. ◇“불안해 못 타겠다”=지난해 7월 2009년형 도요타 캠리(리콜 모델)를 구입한 직장인 임모(46·리틀넥)씨는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출발하기 전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아보고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운전을 시작한다. 임씨는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운전할 때마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고등학생 자녀를 태우고 갈 때면 미리 점검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표시했다. 그는 “잔고장이 없고 가장 안전한 차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이제는 불안감의 대명사가 됐다”며 답답해했다. 뉴저지에 사는 노모(37)씨도 운전할 때마다 불안감이 몰려와 2006년형 도요타 캠리 차량을 다른 차종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노씨는 “리콜 대상 차량은 아니지만 운전할 때마다 가속페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서 더는 운전하기가 힘들다”며 “이번 기회에 도요타 차량을 다른 차종으로 바꾸면 2000달러 리베이트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불안하게 타는 것보다 아예 차를 바꾸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2007년형 도요타 리콜 차량을 운전하는 김모(롱아일랜드)씨도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는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속도가 나지 않거나, 반대로 페달에서 발을 떼었는데 속도가 빨리 줄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며 “운전하는 내내 순간순간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도요타 2008년형 4러너를 몰고 있는 김성훈씨는 “새 차를 구입해 1년째 몰고 있는데 이번 리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리콜 차종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생명과 직결되는 가속페달 문제라 마음이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음에 차를 살 때는 도요타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 딜러는 ‘개점휴업’=도요타 딜러들은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퀸즈의 한 도요타 딜러는 평소 주말에만 10~20대를 팔았지만 리콜 사태 이후 1~2대로 확 줄었다. 특히 ‘베스트셀러’ 캠리는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리콜 차량에 포함되면서 찾는 이가 아예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뉴저지 해켄색의 도요타 딜러 ‘아시아나자동차’ 세일즈맨 찰스 윤씨는 “20년 동안 도요타만 취급했는데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손을 거의 놨다고 보면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뉴저지 에베넬 루트원 오토몰 정태용 매니저는 “리콜에 포함된 캠리나 코롤라, 래브4 등은 문의 자체가 끊겼다”면서 “하지만 도요타를 원하던 사람들은 야리스 등 같은 도요타 다른 차량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전했다. 반면 도요타 사태로 현대 등 경쟁업체들은 대놓고 웃지는 못하지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매니저는 “현대차가 누리는 반사이익이 대단하다. 투산 신형의 경우 예전 같으면 3주 정도 걸려 판매될 분량이 일주일만에 동이 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쏘나타의 경우에는 아직 뜸하지만 6일부터 출고되는 2011년형 쏘나타의 평가가 워낙 좋아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정 매니저는 부연했다. 베이사이드의 현대 딜러 세일즈맨 케빈 조씨는 “보통 1월에는 차 판매가 부진한 편인데 예년과 다르게 판매량이 30%나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리콜 대상이 된 차량의 경쟁차종인 쏘나타, 엘란트라, 싼타페 등이 잘 나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특기할 만한 현상으로는 이번 도요타 사태 이후 한인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매장 방문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리콜 차량 수리 시작=뉴욕과 뉴저지 일원의 도요타 딜러들은 5일부터 리콜 차량 수리를 시작했다. 뉴저지 에베넬 루트원 오토몰의 경우에는 일주일치 서비스 예약이 이미 다 끝난 상황이다. 해켄색 아시아나 자동차도 리콜 차량에 대한 서비스를 이날 시작했다. 리콜 차량 고객들은 도요타 측으로부터 안내 편지를 받으면 예약을 한 후 딜러에서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차량 수리에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경제부 특별취재팀